작은 일의 위대함

남이 쓴 원고를 꼼꼼하게 읽고 교정하는 것은 말처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작정하고 잡아낼 생각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 사라져버리는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그냥 흘려버리고 만다. 원고가 활자로 박혀 출판된 후에 꼼꼼하게 읽어봐야 소용없다. 눈에 불을 켜도 보이지 않던 오타나 잘못된 띄어쓰기가 남의 눈에는 신기하리만치 잘 보인다.

Read More
Dongmin Kim
노블레스 오블리주

“오늘 밤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불편하신 점 있으시면 무엇이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70대의 노신사는 손자뻘 되는 무명 연주자가 꾸미는 작고 소박한 음악회에 찾아와 등을 두드려 주는 격려 대신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하고 조용히 연주자 대기실을 떠났다. 1990년대 후반 서울의 한 작은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일이다.

Read More
Dongmin Kim
그래봤자 노래, 그래도 노래

“니가 김동민이가?”
진한 대구 사투리를 쓰는 Y를 알게 된 것은 1998년, 처음 유학생활을 시작했던 그해 가을 Y는 유학 3년차 였다. 초면부터 반말을 걸어왔으니 첫인상이 좋았을리 없다. 전공이 성악이니 앞으로 별로 엮일 일이 없을 것 같아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 이후 학교나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면 고개만 까딱하는 가벼운 인사 정도로 적당한 거리를 뒀다.

Read More
Dongmin Kim
음악의 피카소

최근 가수 서태지가 컴백했다. 개인적으로 광팬은 아니지만, 이번에 컴백하며 발표한 그의 곡들을 들으면서 ‘역시 서태지’라는 생각을 했다. 1991년 발표된 데뷔곡 <난 알아요>는 24년이 지난 지금 들어봐도 촌스럽다거나 철지난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가’라는 생각을 확인시킨다.

Read More
Dongmin Kim
숨은 보물찾기

한 두 소절만 들으면 쉽게 매혹되도록 달달하게 지어진 가요나 팝송을 대할 때마다 이런 음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요즘에는 실용음악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과들이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던 사람들이 상업 음악쪽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Read More
Dongmin Kim
행복에 이르는 길

올해 추석은 한국에서 맞이했다. 미국으로 유학 온지 17년 만에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첫 명절이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함께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나눠 먹었던 기억이 아득했는데,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을 돌려 받은 기분이었다. 한국 방문 중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음식은 서울의 한 냉면집이다. 이곳은 3대 째 평양식 냉면을 파는 유명한 “원조” 냉면집인데 평양에서 내려와 서울에 터를 잡고 함께 남향한 친지들과 함께 고향 음식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Read More
Dongmin Kim
진심을 가지고 마음을 얻어라

시카고에서 남서쪽으로 250마일정도 떨어진 인디애나 주에 블루밍턴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총 인구 8만 여 명 가운데 절반은 인디애나 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이다. 2005년 필자가 이 학교에서 유학생으로 공부하던 시절, 인디애나 음대는 제이콥스 가(家)로부터 400억원이 넘는 기부를 받게 되었다는 뉴스를 발표했다.

Read More
Dongmin Kim
간곡함의 무게

<A steady Rain>은 2007년 시카고에서 초연된 이후 비평가들로부터 그 해 최고의 연극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2009년에는 뉴욕에서 영화 레미제라블과 엑스맨 시리즈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휴 잭맨(Hugh Jackman)의 주연으로 무대에 올려져 관객과 평단의 격찬을 받았다. 

Read More
Dongmin Kim
별을 잃다 –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

지난 7월 14일, 전 세계인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브라질 월드컵의 우승팀 독일 축구팀의 감격적인 모습이 뉴욕 타임즈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리고 그 아래, 지휘자 로린 마젤이 향년 8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생전 지휘하던 모습의 사진과 함께 실렸다. 

Read More
Dongmin Kim
베일 벗기기

어린아이 손 한 뼘 두께의 전화번호부를 들춰보면 어디를 보더라도 글자와 숫자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숨이 턱 막힌다. 원하는 번호만 찾은 후 금세 덮어 한 구석으로 치워둔다. 행여 언젠가 다시 필요할지 몰라 버리지는 못한다. 그리고는 2-3년이 흐른다. 어디선가 개정판 전화번호부를 받아오는 날이면 옛날 전화번호부는 학교에 폐품으로 처리. 어린 시절 우리 집 모습이 이랬다.

Read More
Dongmi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