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숨은 보물찾기

한 두 소절만 들으면 쉽게 매혹되도록 달달하게 지어진 가요나 팝송을 대할 때마다 이런 음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요즘에는 실용음악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과들이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던 사람들이 상업 음악쪽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실제로 함께 음악을 공부했던 친구들 가운데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화음악을 작곡해서 유명인사가 된 사람도 있고, 뮤지컬 혹은 대중가요 작곡 및 세션쪽으로 관심분야를 바꾸어 커리어를 이어가는 후배도 있다. 대중음악은 상대적으로 기회의 폭도 넓을 것 같은데, 정작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분야 역시 워낙 경쟁이 치열해 살아남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고상해 보이는 클래식 음악이 직면한 어려움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은 몇 백년 묵은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음악을 아무리 들어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 유명하다는 베토벤의  9번 <합창>교향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듣기 위해서는 한 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 그나마 제일 잘 알려진 바로 그 멜로디가 나오기까지는 40분이 넘게 견뎌야 하는데 비싼 입장권을 구입했음에도 꾸벅거리며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 사이에 귀를 사로잡는 선율은 금세 지나가버리고 만다. 

많은 연주 단체들은 연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이름있는 독주자들을 섭외하는데 사용된다. 게스트 연주자들의 지명도가 관객 동원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받는 연주자는 첼리스트 요요마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회당 개런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밖에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나 피아니스트 랑랑 같은 초특급 아티스트들은 연주회장에서만이 아니라 중요한 강연이나 방송, 또는 국제적인 행사참여 등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입지적인 인물을 원하는 날짜에 잡기 위해서는 몇 년 전부터 공을 들이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만큼 사전 계획을 위해서는 추가비용도 발생한다. 그러니 예산의 상당 부분을 이 한번의 연주를 위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중소규모 연주단체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사람을 불러 모으고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찌보면 꼭 필요한 선택이다. 지난 봄, 필자가 몸담고 있는 챔버오케스트라도 저명한 아티스트와 함께 미국 투어 연주를 가졌다. 평균 한 음악회에 2000명 정도의 관객이 찾아왔다. 이 연주를 홍보하기 위해 특별한 예산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는데 입소문을 타고 평소 관객의 숫자를 훨신 뛰어넘는 관객이 음악회를 찾았던 것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장이었던 지휘자 카라얀은 13세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무터를 발굴했고, 25세의 소프라노 조수미를 극찬하며 그와의 연주에 참여하도록 초대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실력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유명 오케스트라에 데뷔할 수 있는 경우는 거장의 순수한 호의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유명 매니지먼트사의 끼워팔기 같은 딜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연주력이 훌륭하면서 지명도까지 갖춘 사람은 티켓 파워가 있는 연주자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많이 불러모을 수 있으면서도 관객들의 만족도 역시 높기 때문에 자연스레 몸 값이 올라간다. 반면에 가진 실력에 비해 지명도가 낮은 사람도 있는데, 연주단체들 사이에서는 이런 숨은 보석같은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 년 전 미국 메이저 오케스트라인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지 않은 젊은 연주자를 대상으로 10분 내외의 연주 영상을 제출한 후 유투브를 통해 인터넷 투표로 결선 진출자를 확정하여 1등에게는 우승 상금과 더불어 피츠버스 심포니와 협연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저명한 연주단체들이 협연자들을 초청할 때 대개 전문 매니지먼트사를 통하거나 이름있는 콩쿨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탈피한 방법이었다. 이 시도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방법을 '숨은 인재 발굴'이라는 순수한 목적만으로는 보기 어렵지만, TV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실시간 투표로 순위가 정해지듯이, 다수의 선택을 받은 인재를 직접 선발하도록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었다. 

대개 연주실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중적인 유명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주력은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은데, 사람들은 훌륭한 연주자보다는 이름있는 연주자를 더 찾는다. 연주 단체가 협연자를 선정할 때 이런 균형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단체와 연주자들이 있는 현시대에서 어쩌면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시도로 이슈를 만들고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제2의 조수미와 같은 보석을 찾아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 숨어있는 실력있는 연주자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불가분한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