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혹은 아날로그

빼어난 그림 솜씨로 벽에 그려진 소나무를 향해 새들이 날아들었다는 전설을 기억하는가? 삼국사기에 전해지는 황룡사 벽화를 그린 주인공 신라의 화가 솔거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두 화가의 그림 배틀이 있었다. 기원전 5세기의 제욱시스가 포도를 그리자 새들이 먹기 위해 다가와 부리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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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저 자를 감금시켜라!

어느 유명 화가가 한 달간 조사를 했다. 일상에서 실제로 작품에 몰두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따져보는 실험이었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편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계산해보니 한 달에 20일 이상 그림과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업실 청소, 전시실 대관을 위한 행정 서식 작성 및 자료 준비, 우체국 가기, 중요한 미팅 등으로 소모되는 엉뚱한 시간들을 직접 확인한 후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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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불편해도 괜찮아

경북대 법학과 김두식 교수의 저서 ‘불편해도 괜찮아’는 종교, 여성, 인종, 성소수자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사람들은 타고난 본성, 성장 배경, 가정환경, 교육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 자신의 기준에 벗어나는 다른 부류들을 불편해한다는 전제 위에 쓰인 책이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박신의 이사장은 예술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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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박수에 대한 소고

지난 8월, 링컨센터 데이빗 게펜홀에서 콘서트가 열렸다. 독특한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동시에 피아노 독주자로도 무대를 장악했던 연주가 끝나자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많은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진 제프리 칸(Jeffrey Kahane)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그가 무대로 다시 나와 인사를 하고 백스테이지로 걸어 들어가기를 두 번,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박수를 거둬들였다. 조금만 더 박수를 치면 앵콜을 할 법도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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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예술의 또 다른 이름, 메세나

로마 제국 아우구스트 황제의 통치 시절의 정치관료이자 시인이었던 가이우스 마이케나스(Gaius Maecenas)는 당시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로마 제국이 예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던 인물이었다. 마이케나스의 예술 창작 후원이 르네상스 시대의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과 같은 인물이 예술 혼을 불태울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기업의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메세나(Mecenat)는 바로 마이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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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교학상장(敎學相長)

지휘자 제러드 슈바르츠와 음악 교육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그는 20대는 뉴욕 필하모닉의 수석 트럼펫 연주자로 이름을 날렸던 음악가였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그의 아들은 촉망받는 첼리스트로 이미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의사셨던 아버지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신 어머니의 뜻을 따라 슈바르츠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트럼펫을 배웠다. 악기를 통한 음악수업 뿐만 아니라 매 주말 뉴욕 필 음악회를 보고 들으며 그의 꿈은 “뉴욕 필하모닉의 수석 트럼펫 주자”가 되었다. 어린 슈바르츠에게 무대는 늘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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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그들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난 3월, NYU인근에 위치한 그린 스페이스(The Greene Space)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아담한 공간에서 열린 행사였지만 이작 펄만, 도널드 와일러스타인과 같은 유명 연주자들과 조셉 폴리시 줄리어드음대 총장과 같은 음악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링컨센터의 특별 위원회가 선정한 젊은 연주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선정된 세 명의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노 첼로 한 명씩, 총 5명에게는 각각 2만 5천 달러가 수여되었고, 그들의 연주도 직접 들을 수 있는 의미있는 무대가 펼쳐졌다. 이 수상식은 WQXR을 통해 생중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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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친구따라 만난 음악

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작곡가 박창수 대표가 자신의 집에서 처음 열어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 홈콘서트 시리즈이다. ‘하우스콘서트’는 제목이 의미하듯 집에서 열리는 작은 규모의 음악회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연주자와 관객이 같은 마룻바닥 앉아 함께 음악적인 소통을 이루어간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자신의 연희동 단독주택 2층을 개조해 음악회를 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첫 5년 동안 음악회를 열었고, 그 후 도곡동에 하우스콘서트를 위한 스튜디오를 열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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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젊은 별의 귀환

입을 꾹 다문 청년이 한 손엔 바이올린을 들고 힘찬 걸음으로 오케스트라를 가르며 무대 중앙에 섰다. 그는 변함 없이 검정색 셔츠에 제일 윗 단추는 풀었다. 늘 입던 그대로였다. 이곳은 카네기홀의 가장 큰 무대인 스턴 오디토리움. 28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의 데뷔라 더 특별하고 긴장되는 연주이다. 2010년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으로 미 서부지역 투어를 함께 하면서 인연을 맺은 미하일 플레트뇨프가 이끄는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이번엔 뉴욕 관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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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악보? 혹은 암보?

이곳은 유럽의 한 오페라 극장. 발자국 소리와 함께 지휘자가 등장하자 음악회장 전체로 박수 소리가 퍼졌다. E플랫 장조의 힘찬 코드로 시작되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The Magic Flute)”의 막이 올랐다. 지휘자가 능숙하게 이끄는 서곡의 친숙한 폭풍이 몰아쳤고 오케스트라의 독무대가 지나가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의 박수가 잦아들 무렵 어둑한 무대에 타미노 왕자가 달려 나왔다. 지휘자는 그제서야 한 손으로 악보를 펼치며 3시간의 공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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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125년이 주는 기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토목공사 가운데 하나인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아시아의 동쪽 끝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핀란드 헬싱키까지 장장 6000마일에 달한다. 1891년 아시아 대륙에서 역사적인 첫 삽을 들어올렸을 때 뉴욕에서도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카네기홀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드러낸 것이다. 당시 러시아 작곡가로 유럽 무대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던 차이코프스키를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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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
3인의 혁명

미국이 낳은 모스트 모던 댄스의 거장이라 불리웠던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이 동시대 다른 무용가들과 달랐던 점은 춤에 있어서 움직임 자체에 관한 견해였다. 유유히 흐르는 배경 음악에 따라 이야기가 펼쳐지는 서사적 구조를 가졌던 일반 현대무용과는 달리 커닝햄의 작품은 동작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그대로 지켜내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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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mi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