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그들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난 3월, NYU인근에 위치한 그린 스페이스(The Greene Space)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아담한 공간에서 열린 행사였지만 이작 펄만, 도널드 와일러스타인과 같은 유명 연주자들과 조셉 폴리시 줄리어드음대 총장과 같은 음악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링컨센터의 특별 위원회가 선정한 젊은 연주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선정된 세 명의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노 첼로 한 명씩, 총 5명에게는 각각 2만 5천 달러가 수여되었고, 그들의 연주도 직접 들을 수 있는 의미있는 무대가 펼쳐졌다. 이 수상식은 WQXR을 통해 생중계 되었다.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Avery Fisher Career Grant)’로 이름 붙여진 이 상은 1976년에 첫 수상자가 나왔다. 1900년대 뉴요커로 평생을 살며 피셔전자를 창업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던 에이버리 피셔는 링컨센터에 천만달러가 넘는 후원금을 내놓았고, 작년 말 ‘데이비드 게펜 홀’로 이름이 바뀌기 전까지 43년 동안 뉴욕 필하모닉의 전용홀에 자신의 이름으로 간판을 달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1945년 ‘에이버리 피셔 상(Avery Fisher  Prize)’을 제정해 독보적인 활동을 보인 연주가를 선정했고, 이듬해부터는 젊은 유망 연주자들에게도 눈을 돌려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출범했다. 

30세 미만의 젊은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상은 수상자 선정 과정이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의 수상자 명단을 보면 이 상의 무게를 알 수 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힐러리 한, 길 샤함은 실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그야말로 세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 했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 제르미 댄크, 그리고 첼리스트 앨리사 와일러스타인과 마크 코소워 역시 오늘날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연주가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지연, 사라 장, 스테판 재키브, 조이스 양, 대니얼 리, 리차드 용재 오닐, 이유라와 같은 한국계 아티스트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여기에 최근 크리스틴 리(2015)와 션 리(2016)가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의 수상자는 현악사중주단 2개 팀을 포함해 166여 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주어졌던 ‘상상할 수 없었던 기적과 같은 일’은 오늘날 세계 음악계의 대표 연주자로 성장할 밑거름이 되었다. 

‘논리철학의 논고’의 저자인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3년 시한부로 학계를 떠나 건축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누이를 위한 집을 지어주기 위해서였다. 다시 돌아온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철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건축가가 되는 것의 어려움과 비교한다면 철학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 세계를 자세히 알기 전까지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쉽게 말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비트겐슈타인가 경험했던 것처럼 링컨센터와 뉴욕 필하모닉을 위해 지속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피셔가 아티스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위한 발판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은 자기 자신이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출중한 능력의 음악가는 우리 세대의 매우 중요한 예술적 자산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마치 활짝 피어날 순간을 기다리는 꽃과 같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에이버리 피셔가 생전에 남긴 이 말을 통해 우리는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만난다. 피셔가 세상을 떠난지 사반세기를 향해 간다. 그리고 이 정신을 이어 받은 그의 후손들은 역사를 이어간다. 그래서 이 상이 더 의미있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