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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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법학과 김두식 교수의 저서 ‘불편해도 괜찮아’는 종교, 여성, 인종, 성소수자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사람들은 타고난 본성, 성장 배경, 가정환경, 교육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 자신의 기준에 벗어나는 다른 부류들을 불편해한다는 전제 위에 쓰인 책이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박신의 이사장은 예술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으로 규정했다.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들을 깨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나 고흐, 혹은 르노와르가 남긴 작품들에 비해 현대 미술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출발점이 '보는 것'에서 '개념’에 대한 논의로 변했기 때문인데, 프랑스의 현대 미술가 마르셀 뒤샹이 처음 시도한 ‘레디메이드(readymade)’가 좋은 예이다. 1900년대 초 뉴욕에 거주했던 뒤샹은 5번가를 배회하다 한 배관 전문업체 상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진열된 남성용 소변기를 하나 구입했다. 변기와 함께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온 그는 ‘Fountain(샘)’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로 인해 기존의 기능으로부터 해방된 변기는 더 이상 변기가 아닌 전혀 새로운 개념 조각 작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가에 위치한 건축물 ‘카사 밀라’는 가우디의 초기 건축 철학이 집약된 곳이다. 현대 건축물로는 드물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인 가치를 평가받는 이곳은 1910년 완성될 당시에는 언론과 시민들의 혹평에 시달렸다. 완공된 건축물을 희화한 카툰이 신문에 실렸고,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진 건물 겉모습만으로 벌집, 격납고, 뱀이 사는 소굴 등과 같다는 혹독한 평가가 내려졌다. 독특한 건물을 원해 가우디에게 일을 맡겼던 밀라의 부인 역시 이 건물에 살기를 거부했을 정도였다니 당시 사람들이 ‘카사 밀라’를 얼마나 불편하게 여겼는지 짐작이 간다.

어디 건물이나 미술뿐이겠는가. 음악 역시 골치 아프고 불편하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찬밥에 무관심이다. 현대 미술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보존이 가능해 가치 평가가 용이하다. 건물을 지을 때 총비용의 일정 부분을 미술 작품 조성에 사용해야 한다는 법규정이 있는 건축에 비하면 현대 음악의 현실은 비참하다. 고전과 낭만파 음악에 익숙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조차 현대 음악은 충격과 기피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몇 년 전 독일에서 타계한 작곡가 윤이상의 작품은 일반인들에게 ‘국악풍의 지루한 소음’ 정도로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오늘날 세계 음악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한국인 작곡가 진은숙 역시 그만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과연 그의 작품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연주되고 있는가를 따라가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2011년 영국 타임 지가 선정한 차세대 세계 리더 100인에 선정된 건축가 김진애는 왜 독서를 하느냐는 질문에, 읽을수록 점점 의문이 선명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폭넓은 독서는 자신이 가진 관점의 한계를 깨닫게 만드는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움직이는 답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이다. 만일 당신에게 현대 음악을 접할 우연한 기회가 찾아온다면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라. 혹시 도저히 음악으로 불러줄 수 없을 만큼 해괴할 가능성도 있으니 이런 표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생경한 소리의 무질서한 조합’이 당신의 귀로 흘러 들어가는 동안 ‘왜?’라는 의문이 밀려온다면 대성공이다. 현대 음악, 불편해도 괜찮아!

Dongmi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