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조회수가 한계치를 넘어서 유튜브 집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구글의 발표를 경이적인 일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강남스타일'의 조회수는 약 23억건 정도인데, 유튜브의 설계 당시에는 약 21억건의 조회수를 넘어서는 영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강남스타일'이 기존의 틀을 깨버렸으며 인터넷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데뷰 10년차 신인가수”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었던 싸이는 이 곡 하나로 세계를 아우르는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숱한 화제를 만들어내는 이슈 메이커로 말 잘하고 성격 좋은 동네 형 같은 친숙한 이미지로 자신의 입지를 다진 만능 연예인이긴 했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적도 없고 '강남스타일'이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소위 “내수용” 비디오가 소문에 소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전작 만큼은 아니지만 후속으로 발표된 '젠틀맨'이나 '행오버' 같은 곡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싸이가 유튜브의 주인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클래식 음악에도 유튜브로 “뜬” 스타 음악가들이 있다. 피아니스트 임현정(HJ Lim)이 대표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그녀는 고국에 있는 부모님들을 위해 연주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 가운데 화려한 기교로 연주한 짧은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50만여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세계 굴지의 음반사인 EMI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데뷔 앨범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한 ‘대담한 신예’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 밖에 한국인 최초로 미국 빌보드 클래식음악 차트 1위에 오르게 되는 주인공이 되었다. 오디션이나 콩쿨에서 극소수의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을 통해 신인이 발굴되어 왔던 시대에서, 컴퓨터 앞에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참여로 스타가 만들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된 것이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인터넷 동영상은 단순히 한 개인이나 행사를 알리기 위한 옵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매우 중요한 플랫폼이 되었다. 

독일의 자랑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09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콘서트홀 (www.digitalconcerthall.com)을 런칭하고 동영상 콘서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1년에 40회 이상의 공연 실황 중계는 물론 다시 관람할 수 있는 음악회와 인터뷰도 수 백 개에 달하며 컴퓨터, 블루레이,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모든 환경에 최적화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정기회원의 70%정도가 외국인들이라는 점은 최적화된 테크놀로지를 통해 장소의 경계가 무너졌음을 말해준다. 실제 맛배기로 올라온 디지털 콘서트홀의 연주를 처음 접했을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충격에 가까웠다. 영상과 음질은 물론이고 전문적인 카메라 기술이 실제 음악회장에서 감상할 때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에 한 술 더 뜬 메트 오페라는 온라인을 통한 실황 중계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71개국 영화관 스크린에까지 손을 뻗쳤다. 즉, 메트 오페라 공연을 보고 싶다면 집 근처 상영관을 찾아가면 되고, 이는 거창한 오페라 공연이 영화 한 편 보는 수준의 접근성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음악회를 알리기 위해 포스터나 홍보물에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 마케팅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주요 소셜 미디어 업체들은 이를 위한 다양한 플랫폼과 솔루션을 발 빠르게 제공한다. 유럽의 한 오케스트라는 세계 굴지의 태블릿 컴퓨터 제작 회사와 손을 잡고 종이 악보를 태블릿으로 대체했다.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더 이상 종이에 펜으로 악보를 그리지 않는다. 컴퓨터에 그려진 음표들은 상상력이 아닌 실제 소리로 들려진다. 약간의 기술적 조작이 뒤따른다면 실연에 가까운 꽤 그럴듯한 사운드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보로메오 현악사중주단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종이악보 대신 랩탑과 페달을 사용해오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는 클래식 음악계에도 테크놀로지의 바람이 불어온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빼고는 시대를 설명할 수 없는 요즘, 클래식 음악도 적극적인 발맞춤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Dongmi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