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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그 신비한 매력

요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각종 오디션을 통해 수준급 가수 지망생들이 많아져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경향은 노래만 잘하는 것을 뛰어넘어 작사, 작곡을 하거나 다른 기성 가수들의 곡을 편곡해서 직접 연주까지 곁들이는 놀랄만한 재능을 가진 '올 라운드 뮤지션(all round musician)'들의 등장이다. 법관이나 의사가 되기보다는 수준급 연주 실력을 갖춘 가수를 꿈으로 삼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의 연주를 “듣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해보는 것”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필자의 지인 중에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가 있다. 하루 5-6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하는 강행군을 몇 달째 이어갔다. 어린시절 피아노를 잘 치고 싶었던 꿈을 늦게라도 이뤄보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보고 듣는 것으로 전해지는 감동과, 직접 연주하면서 경험하는 기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리라. 자신이 직접 다룰 수 있는 악기가 하나쯤 있다는 사실만으로 삶은 풍성해진다. 마음을 표현할 수 있고, 나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 14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배우고 싶은 악기가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많은 악기 중 피아노와 기타가 압도적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기타가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에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과 더불어 저렴한 악기 가격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피아노는 인류가 갖고 있는 가장 대표적이고 친숙한 악기라는 잠재의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피아노는 독주악기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를 포함한 모든 악기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콘서트홀은 물론 학교나 종교시설, 그리고 개인 가정에서도 사용되고 있어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피아노를 악기의 제왕이라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피아노 이전에는 챔발로와 클라비코드 라는 악기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1709년 이탈리아의 챔발로 제작자였던 크리스토포리(Cristofori)에 의해 ‘포르테 피아노’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피아노가 세상에 처음 선을 보였다. 챔발로의 경우, 건반을 누를 때 현을 뜯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음량이 작아 실내악 연주에만 사용되었다. 반면 크리스토포리의 피아노는 해머로 피아노 줄을 타격하여 소리를 만들기 때문에 건반을 누르는 강도에 따라 소리의 크기를 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합주나 큰 소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사용되었다. 게다가 예전에는 없었던 울림을 정지시키는 댐퍼까지 만들어 피아노의 기본 골격을 세우게 되었다. 이후 유럽 여러 나라에서 연구가 계속되어 18세기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피아노 제작이 중흥을 맞이한다.

피아노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됨에 따라 주법과 그에 따른 작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대 피아니스트로도 활약했던 작곡가 베토벤은 ‘피아노의 신약성서’라 불리우는 32개의 기념비적인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 사실 이전까지는 피아노 한 대 한 대가 수제작에만 의존되어 건반 수도 다섯 옥타브에 불과했으나 18세기 후반부터 피아노가 보편화되면서 관련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의 편성도 커지고, 수천 명이 들어가는 대형 음악회장이 등장하면서 피아노의 음역도 더 넓어지게 되었다. 19세기로 접어들면서 건반 수도 82개까지 늘어났다. 이 시기에 활약했던 리스트나 쇼팽, 그리고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브라암스 등과 같은 피아노의 명인들이 남긴 곡들은 작품으로써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음은 물론 악기로써도 피아노가 가진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피아노 형태는 19세기 말에 갖춰지기 시작했다. 다음 칼럼에서는 현대 피아노와 관련되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제작가를 소개하고,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최근 발표하여 화제가 된 신개념 피아노에 대한 스토리를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