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The Show Must Go On

작년 말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출연했던 ‘인턴’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전문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또 하나의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앤 해서웨이는 창립한 지 1년 반만에 2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는 회사의 열혈 CEO로 출연했고 이 곳에 늦깍이 인턴으로 고용된 한 회사의 퇴직 임원, 로버트 드 니로 사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열정으로 똘똘 뭉쳤지만 큰 조직을 운영하는 경험이 부족한 30세 여성 CEO 곁에서 연륜있는 인턴이 돕는다는 설정이 주는 아이디어가 참신한 영화였다. 

최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트의 최고령 일용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있다. 1950년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임갑지 할아버지는 직장 정년퇴직 이후 70대 중순부터 일용직으로 지원하여 88세를 맞이한 올해까지 13년 동안 일주일에 3일 출근하며 현재의 삶을 즐기고 있다. 임갑지 할아버지가 하는 일은 어질러진 탁자와 바닥 정리는 물론 손님들이 사용한 쟁반과 컵을 깨끗하게 씻고 정리하는 일이다. 가게 입구를 청소하기도 하고 가끔씩 말썽을 일으키는 손님과 직원 사이의 시비가 벌어질 때 출동하여 상황을 정리하는 역할도 한다. 88세의 어르신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는 노장의 이야기에는 삶의 경륜이 묻어난다.

임갑지 할아버지와 같은 해, 미국 애틀란타에서 태어난 제인 리틀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저음을 맡는 더블베이스 연주자이다. 지난 2월에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 주요 언론은 그녀의 기념비적인 행적을 보도했다. 미국 메이저 악단인 애틀란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71년 동안 몸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만 87세를 맞은 고령의 단원이 프로 교향악단의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기록이다. 제인 리틀의 기록은 기네스북에 등재되었고 많은 청중들의 갈채 속에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1945년 2월 4일 애틀란타 심포니의 전신이었던 애틀란타 유스 심포니의 창단 멤버로 첫 무대에 섰던 제인 리틀은 71년 동안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아론 코플랜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로버트 쇼와 같은 전설적인 지휘자들을 비롯한 수 많은 거장들과 무대를 함께 했다. 8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자신의 악기를 직접 운반할 정도록 열정이 넘쳤다. 작년 가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으로 몇 개월 동안 오케스트라를 떠나있던 그녀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제인 리틀은 지난 주말 있었던 팝스콘서트 무대에도 변함없이 올라 예정된 모든 곡목들을 소화했다. 쏟아지는 관객들의 환호에 지휘자는 다시 지휘봉을 들었다. 이 공연의 마지막 앵콜은 ‘There’s No Business Like Show Business’였다. 1946년 쓰여진 한 뮤지컬에 등장하는 이 곡은 제목 그대로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4분 남짓되는 이 곡이 연주되던 중 더블 베이스를 연주하던 제인 리틀은 무대 위에서 주저 앉았다. 모든 예술적 에너지와 영감을 다 쏟아 놓았던 그녀는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87년 간의 인생을 남김없이 불태우고 무대 위에서 세상과의 작별을 고했다. CNN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들은 가치있는 삶을 살았고 더불어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숭고한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제인 리틀의 삶을 재조명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