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 지금 떨고 있니?"

비올리스트 H는 삼수생이다. 이 말인 즉슨 대학 입시를 두 번 낙방했다는 말이다. H를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그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 번째 시험 역시 본인이 원했던 그 학교에 용감하게 지원했다. 그리고 합격했다. 그가 두 번의 입시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유는 간단했다. 실기시험을 망쳤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무대 공포증을 이겨내지 못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던 것이다. 평소에 아무리 훌륭하게 연주를 한다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실력발휘를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성악이나 관악 같은 경우는 호흡이 전부이기 때문에 지나친 긴장은 치명적이다. 통제능력이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연주를 앞두고 감기라도 걸리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피아노나 현악기도 마찬가지다. 악기 연주를 위해서는 왼손과 오른손의 절묘한 조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무대 공포증은 이 균형을 위협한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몸이 떨리거나 손바닥에 땀이 차 오르는 현상들은 정확한 음정을 짚어내지 못하게 하는 최대 적수이다. 연주를 앞둔 바이올리니스트가 장바구니를  자신의 아내에게 들도록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이, 멋모르고 무거운 물건을 옮긴 후 무대에 올랐을 때 느껴지는 당혹스런 손떨림을 경험해 보기 전에는 모르기 때문이다.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는 의학적인 묘책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음악가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떨지 않기위해 청심환을 먹고 무대에 올랐다가 완전히 망했다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약을 먹는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비법은 아닐 수 있겠다 싶다. 요즘은 약물 대신 바나나를 챙겨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나나는 먹은 후에 적당히 든든함을 느낄 수 있고, 대부분 탄수화물 성분이라 실제로도 좋은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마라톤 선수들이 출발 전 바나나를 먹고 테니스 경기 중간중간 선수들이 바나나를 찾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바나나에 포함된 특수 단백질은 신경을 안정시키는데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2011년 미국 작곡경연대회에서 파이널리스트였던 작곡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조 코완(Joe Kowan)는 자신을 엄청난 무대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27살이 되기 전까지는 무대에 오를 일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자신이 작곡한 곡을 직접 노래하려고 마음을 먹고 작은 클럽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가 처음 사람들 앞에 섰던 때는 20여 명 남짓의 관객이 모여있던 클럽이었다. 무대에 오른 그는 곧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공포감에 휘말렸다. 일주일이 지난 다음 다시 도전했지만 이전과 마찬가지였다. 그로부터 열 번을 더 도전했으나 무대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깊어질대로 깊어진 그의 고민은 무대공포를 주제로 하는 노래를 작곡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자기 자신의 상황을 가장 잘 그려낸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큼 솔직한 표현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대공포증 노래'를 부르는 동안 두려움의 반환점은 이미 지나간다는 것이다. 이후 그는 이 노래를 매번 부를 필요가 없어졌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Itzhak Perlman)은 후배 음악가들에게 무대공포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무대공포를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무대 위에서 긴장해서 떨고 있는 자신을 직시하고 상상속에서 그런 자신과 친해지는 것은 '무대공포증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위로했던 조 코완이 시도했던 방법과 맥을 같이한다. 지금은 중견 비올리스트로 활동하는 삼수생 H가 3년만에 무대공포를 극복하고 편하게 무대에 오르게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원리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