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올스타에 대한 기대

1976년 루이지애나 주의 한 마을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 살만(Salman)이 태어났다. 그가 다니던 공립학교에는 명문대에 진학할 친구도 있었지만, 감옥에서 출소하여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는 이들과 두루 어울리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살만은 영리한 아이였다. 생각이 바르고 성적도 훌륭했다. 그는 보스턴에 있는 MIT대학에 진학해서 수학, 기계공학, 그리고 컴퓨터공학을 공부했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를 마치는 동안 과대표까지 지낼만큼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졸업 후 살만은 다시 하버드 경영대학원으로 진학하여 MBA학위를 마쳤다. 

2003년 그가 한 헤지펀드 회사에서 일을 시작할 무렵 수학을 어려워하던 조카 나디아를 도와줄 기회가 있었다. 살만에게 수학은 국가대표 수준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나디아를 위한 새로운 수업 방법을 고민하다가 종이와 연필 대신 온라인을 선택했다. 이 방법에 관심을 갖는 주변 사람들이 늘어나자 그는 아예 수업교재를 짧은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영상은 계속 쌓여갔고 그의 수업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2009년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성을 딴 칸(Khan)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비영리단체를 등록했다. 이를 지켜보던 동료였던 존 도어(John Doerr) 부부는 칸 아카데미가 자리잡을 때까지 재정적 뒷받침이 되어 주었다. 

처음 수학에서 시작된 칸 아카데미는 이후 역사, 사회, 인문, 경제, 의학, 물리, 화학, 생물학, 천문학, 공학을 포함하는 4000여 개의 무료수업 동영상을 23개의 언어자막으로 올리며 지금까지 약 3억회 방문자가 찾아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자신의 아들과 수업을 함께 보며 이 프로젝트에 후원을 결심, 자신의 재단을 통해 65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구글과 AT&T도 각 200만불이 넘게 지원했고 이외 보이지 않는 수 많은 개미 후원자들의 기부가 줄을 이었다. 

칸 아카데미에는 음악 수업이 있을까? 물론이다. 지금까지 칸 아카데미 음악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3백만 명에 이르고 매달 평균 25만 명이 음악과 친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학교들 중에는 칸 아카데미 교재를 이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음악이야말로 멀티미디어의 위력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겠는가? 다른 과목들에 비하면 음악은 아직 자료가 많이 부족한 편이지만, 지금까지 제작된 기초 음악이론 시리즈는 직관적이고 매우 간결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제작되었다. 그리고 베토벤 심포니를 비롯한 유명 교향악곡의 소개와 분석에 이르기까지 실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더불어 제공되는 자료들만으로도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교실에서 풍금치며 노래하던 시대에서 실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고 들으며 공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칸 아카데미가 지향하는 완전학습(Mastery learning)대로 음악 수업 역시 작은 주제들로 나뉘어졌고, 이 벽돌들이 쌓여 커다란 그림을 볼 수 있게 한다. 흥미롭지 않은 일에는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대부분의 강의는 10분 이내로 제작되었고 각 강의는 호기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1편을 본 학생이 자연스럽게 그 다음 강의를 듣고 싶어하도록 말이다.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이론적인 음악에서 탈피하여 음악의 실재가 어떤 것인지,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든 강의에는 음악이 등장한다. 이 자료 제작을 위해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의 올스타들이 의기투합했다. 이름도 올스타 오케스트라. 이를 위해 28년 동안 시애틀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했던 제러드 슈바르츠(Gerard Schwarz)가 깃발을 들었다. 약 20여대의 방송용 카메라를 동원해 다양한 앵글의 영상을 담아낸다. 연주에 참여했던 단원들의 인터뷰도 진행된다.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장르와 길이의 곡을 집중해서 촬영하는데, 저작권 걱정없는 이 어마어마한 자료들은 고스란히 칸 아카데미의 강의교재로 사용된다. 그리고 한 시간 길이로 따로 편집된 이들의 연주 영상은 WNET(PBS-공중파방송)을 통해 전국에 전역으로 방송된다. 실로 엄청난 일이다. 곧 각 악기별 연주법도 제작된다고 한다. 처음 악기를 접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올스타들이 8월에 다시 뉴욕으로 모인다. 이번이 세 번째다. 이들이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