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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다, 올스타 오케스트라

1971년,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레너드 번스타인의 뒤를 이어 피에르 불레즈가 취임했다. 뉴욕에 입성한 그는 한 청년의 빛나는 트럼펫 연주에 매료되었고 그를 수석 트럼펫 주자로 발탁했다. 당시 나이 24세의 이 젊은이는 제라드 슈바르츠(Gerard Schwarz)였다. 수많은 거장들과 함께 연주하며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로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제리는 4년 동안 몸담았던 뉴욕 필을 떠나 지휘자의 길을 선택했다. 

특급 연주자에서 삼류 지휘자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도 있었다. 그러나 제리의 결심은 확고했고 무모해 보였던 그의 모험은 눈부신 성과로 나타났다. LA 챔버 오케스트라,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로얄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거쳐 1985년 시애틀 심포니의 수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변방 시애틀 심포니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었고, 체코,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주요 악단의 단골 지휘자로도 활약했다. 리버풀과는 말러교향곡 전곡과 R.스트라우스의 교향시를 녹음했으며 시애틀과는 100장이 넘는 음반을 발매하면서 수많은 신진 작곡가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28년 동안 머물렀던 시애틀을 떠나 고향 뉴욕으로 돌아온 제리에게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이 일을 위해 올스타 오케스트라(All Star Orchestra-ASO)를 창단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시종일관 열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누구보다 확신에 차있던 거장의 새로운 꿈을 소개한다.


올스타 오케스트라는 어떤 단체인가?

이름 그대로 미국 메이저 교향악단 최고의 멤버들로 구성된 일종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이다. 뉴욕 필,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 보스턴, 시카고,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미네소타, 디트로이트 등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2012년 처음 시작되었고, 2014년에 이어 올해 8월,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이번 시즌 역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김이 악장을 맡는다.


ASO가 다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어떤 목적을 위해 특정 기간 동안 조직되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ASO는 분명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이다. 그러나 ASO는 연주회, 즉 콘서트를 열지 않는다.


최고의 음악가들이 모이는데 음악회는 안한다는게 이해가 안된다. 설명해달라.

간단히 말하자면, ASO는 음악교육에 관련한 좋은 온라인 자료들과 시스템을 제작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단체이다. 미 전역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짦은 기간 동안 뉴욕에 모여서 많은 양의 곡을 연주하고 그 모습을 촬영하여 자료를 만든다. 약 20여 대의 방송용 카메라가 동원되어 실제 음악회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한 다이나믹한 영상을 담아낸다. 동시에 다양한 인터뷰도 진행된다. 연주자들은 악기 소개, 곡목 설명과 같은 일반적이고 평이한 수준의 내용부터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여러 개의 짧은 인터뷰로 제작된다. 유명 작곡가들의 친숙한 곡부터 살아있는 작곡가들의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레퍼토어도 다양하다. 이번 시즌부터는 악기별 연주법 강의가 포함될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을 다 담아내기 위해 우리가 모이는 시간은 짧고 매우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제작된 영상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연주영상은 간단한 인터뷰와 함께 WNET(PBS-미국 공중파 방송국)를 통해 미 전역으로 방송될 뿐만아니라 낙소스 레이블로 DVD로 출반되었다. 그리고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를 통해 음악교육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기초적인 음악이론부터 교향곡 분석에 이르기까지 사전 제작된 강의 영상과 관련된 모든 음악적인 예제로 ASO의 연주가 사용되며 계속적으로 자료가 추가되고 있다. 말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칸 아카데미 웹사이트에 올라온 자료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한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을 이용한 신개념 음악교육이라고 볼 수 있겠다. 파급력도 남다를 것 같은데…

칸 아카데미를 통해 지금까지 3백만 명의 학생들이 찾았고, 매달 평균 25만 명의 학생들이 ASO의 연주를 접하며 음악과 친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중고등학교들 가운데 칸 아카데미의 음악교육 자료를 사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교실에서 이루어졌던 음악교육에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흥미롭지 않은 일에 지속적으로 집중하지 못한다. 어린시절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을 영상과 테크놀로지의 힘을 이용해 접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단편적인 음악 지식에 최고의 연주자들의 음악을 덧붙였으니, 호기심에 1편을 본 사람은 2편, 3편, 4편, 계속해서 흥미를 가지게 된다. 이곳에서 음악의 실재를 강렬하고 분명하게 보게 되는 것이다.


교육 교재로서의 기능 이외 다른 역할이 있다고 보는가?

TV를 통해 방송되는 ASO는 콘서트 실황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방송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한 “방송용”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이 없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과감한 카메라 조작이 자유롭다. 여기에 1시간짜리 프로그램 길이에 맞는 흥미있는 곡목과 필요한 인터뷰를 덧붙인다. 음악회를 “중계”하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수준 높은 음악을 안방에 노출시킨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이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의사셨던 아버지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5살 때 피아노를, 7살 때 트럼펫을 배웠다. 아버지는 주말마다 나를 데리고 뉴욕 필 콘서트를 가셨다. 이 시절부터 내 꿈은 “뉴욕 필 수석 트럼펫 주자”이었다. 늘 그 무대가 내게 감동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외과의사로 일하고 있는 딸의 어린시절부터 플루트를 배우게 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환자에 매달려야해서 음악회에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두 아이들에게는 피아노와 트럼펫을 가르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서 지금보다 여유있는 시기가 온다면 중요한 관객이 될것이고, 이런 사람들의 후원을 통해서 그 다음 세대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ASO는 화면 밖 관객들이 현장으로 직접 찾아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돕는 첨병과도 같다. 그리고 이 사실이 최고의 연주자들을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만든 힘이라고 믿는다. 그는 인터뷰 내내 화면 속 세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ASO의 활동을 음악회의 대체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어 말했다. 왜냐하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실제 연주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고유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