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올해의 소원

2016년이 되었다. 그 이름도 민망한 병신년(丙申年). 아무 생각없이 인사했다가 듣는 사람 가슴 쓸러내기리 십상이다. 신년인사 했다가 십년감수 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손윗 여성분께라면 더더욱.

신년이 되면 사람들마다 “올해의 소원” 같은 결심을 하기 마련이다. 다이어트와 운동은 세대와 인종을 초월한 신년 소원 단골손님이다. 연말에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미국인들의 약 40%는 새해 결심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리서치에서는 첫 일주일 동안은 75%, 첫 한달은 64%, 그리고 첫 6개월은 46%가 결심을 이어가지만 연말까지 지켜낸 사람은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다이어트와 독서가 늘 1,2위를 다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인들과는 달리 독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책을 읽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반증하는 것이기에 안타까움도 있다. 

음악계에서도 신년이 되면 빠짐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지구촌 이벤트가 있다. 바로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회”로 일컬어지는 이 음악회는 단순한 음악회라고 하기에는 스케일이 남다르다. 이 시기에는 전 세계에서 수십만의 사람들이 빈으로 모여든다. 

음악회의 티켓 구하기는 뒷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매년 1월이면 빈 필하모닉 웹사이트에서 그 다음 해 신년음악회 티켓 신청을 받고 연말에 신청자들에 한해 추첨을 통해 티켓을 판매한다. 2016년 1월 초인데 2017년 신년음악회를 보기 위해 벌써 9만여 명이 신청한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알 수 있다. 

빈 필하모닉은 음악감독이 아닌 단원들이 자체적으로 악단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특히 이 음악회의 지휘봉을 누가 잡게 되는지가 늘 세기의 관심사였다. 지금까지 카라얀, 아바도, 로린마젤과 같은 거장들이 거쳐갔고 최근 2년은 다니엘 바렌보임, 프란츠 뵐저-뫼스트가 지휘했다. 75회를 맞이한 올해 신년음악회는 2006년과 2012년에 이어 라트비아 출신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이끌었고 전 세계 90개국에 실황중계 되었다. 2017년은 음악회 역사상 최초로 남미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LA필하모닉 음악감독이 이끌게 된다.

얼마 전 뉴욕에 진출해 있는 한 한국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클래식음악 강의를 한 적이 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청중들의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분들께 드렸던 제안은 “본인 관심사나 뉴스 거리에서 시작하기”였다. 이미 잘 아는 곡, 이름을 들어 본 음악가, 혹은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관심사에 관련된 음악 찾기에서 출발하면 그 시작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병신년 새해를 맞아, ‘클래식 음악과 더 친해지는 한 해’로 정하고 싶은 분들께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기까지는 반드시 생각이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행동을 하는 순간 생각이 결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냥 저질러버리면 생각이 따라온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빈 신년음악회 프로그램은 주로 빈 출신, 혹은 빈에서 활동한 작곡가들의 왈츠, 서곡, 행진곡 풍의 경쾌하고 듣기 쉬운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다’는 오랜 ‘생각’을 ‘결심’으로 이어가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빈 신년음악회를 검색해 보는 ‘행동’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