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이상한 음반시장

1990년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가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수록된 음반은 280만장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다. 경제력을 갖춘 계층으로만 환산해본다고해도 인구의 10%정도가 이 음반을 구입했다는 이야기다. 당시 길거리를 주름 잡던 길보드(?) 음반같은 불법으로 유통되는 수까지 계산한다면 그 숫자는 더 올라갈 것이다.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의 음반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에 만들어낸 특별한 기록을 제외한다면, 요즘 아무리 큰 인기를 얻는 가수라고 하더라도 잘 팔리면 7만장 정도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CD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웬만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세상은 변했다. 음반 전체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듣고 싶은 곡만 골라서 구입하는 경향이 커졌고, 그나마 부적절한 경로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거의 대부분의 음악은 유튜브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컴퓨터에는 CD롬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서도 CD로 음악을 듣는 시대는 사라져가고 있다. 오히려 LP음반과 턴테이블을 통해 음악을 듣는 복고시장이 커지면서 LP로 음반을 제작하는 틈새시장이 생겼다. 

미국의 경우, 음반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는 클래식 음악이 전체 음반의 약 25%를 차지했을만큼 큰 시장성이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가면서 클래식 시장은 5%정도로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약 1%선이라고 알려졌다. 그나마 요요마나 파바로티 같이 대중성 있는 극소수의 아티스트를 제외하면 상황은 더 비참하다. 

한때 클래식 음반 업계를 좌지우지했던 메이저 레이블 음반사는 사라졌고 거대 미디어 기업에 인수합병 되는 현상이 생겨났다. 전통의 RCA나 데카를 비롯하여 최근 EMI도 간판을 내렸고, 지금은 클래식 음반을 제작하는 회사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음반시장을 선도했던 명 지휘자 카라얀의 사후, 자기 이름으로 대중의 구매력을 끌어당길만한 아티스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클래식의 명품 레이블이라고 불리우는 도이치 그라모폰 역시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짜로 얻은 mp3를 다른 친구와 주고 받던 세대는 음원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잘못된 문화를 정착시켰다. 치명적인 지점이다. 이런 값싼 공급에 대한 대가는 순전히 작곡하고 연주하고 녹음을 해야만하는 아티스트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실제로 유명 레이블에서 출시된 음반을 포함해 시중에 나와있는 클래식 음반의 대부분은 음반사의 기획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녹음에 회사의 레이블을 붙여서 출시하는 형태이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나,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처럼 어느 정도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들은 자체 회사를 설립해서 독립 레이블로 음반을 출시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음반시장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음악을 덜 듣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나 음반 제작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오늘도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는 자가발전식 음반들이 제작되고 있다. 왜냐하면 레코딩이야말로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가장 확연하게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고, 이 과정 없이는 세상의 그 누구도 음악을 듣게 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