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지키고 싶은 가치

한국에서의 대학 재학시절 집근처 작은 교회에서 아버지와 함께 아이들을 선발하여 합주단을 시작했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게 정말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작정 오디션 공고를 냈다. “아가페 합주단”으로 이름은 정했는데 뽑힌 아이들 열 댓명 중에 서너명 정도만 실제로 악기를 배우고 있던터라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나 마찬가지였다. 합주는 커녕 악기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들과 씨름했다. 아버지와 나는 바이올린을 가르쳤고 형은 첼로를 지도했다. 외부에서 다른 선생님들을 모셔올만큼 모든 스태프들과 부모들은 사랑과 인내로 아이들을 도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금 그 시절 합주단에서 배우던 아이들 중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서 꽤 괜찮은 비올리스트가 된 형국이도 있고, 미국에서 첼로로 박사과정에 있는 지혜도 있다. 플루트를 하던 진주는 재즈 명문 버클리를 졸업하고 막 한국으로 귀국했고, 바이올린과 피아노에 공을 들이던 선호는 독일 하노버 음대에서 피아노로 박사 과정 중이다. 당시 카센터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힘겨운 뒷바라지로 바이올린을 했던 지선이는 서울대를 졸업해 지금은 자기의 어린시절 텃밭이었던 바로 그 아가페 합주단의 담당 지도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린 시절 합주단을 통해 악기를 접했던 아이들이 잘 성장했고 음악이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 

합주단을 시작한지 2-3년 되던 시기부터 슬슬 주일학교 예배에 반주팀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년부에서 시작해 초등부, 중등부, 그리고 고등부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속한 주일학교에서 악기를 들고 반주하며 예배를 섬겼다. 시간이 더 흐르자 졸업한 아이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성인예배의 실내악단에서 예배를 도왔고 오후에는 합주단 후배를 도와 악기를 가르치는 문화가 생겨났다.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진 셈이다. 인근 군부대나 요양시설을 찾아 연주했고, 여름에는 교회와 군부대가 집중되어 있는 백령도에 방문에서 음악으로 섬기는 사역을 가졌다. 

악기를 배워가는 과정과 더불어 교회와 예배, 그리고 후배들을 돌보고 타인을 돌아보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악기로 음악만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꺼려하는 곳에 가게도 하고 그곳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한다. 비슷한 경험을 하는 친구와 후배들을 돌보며 이들이 가는 발걸음이 가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므로 지금 이 아이들에게 악기를 경험하게 하는 교육만큼,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을 섬기는 GNE사역의 최전선에 이들을 지속적으로 세우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믿는다. 이것이 복음이 우리에게 도전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난 6월에 있었던 음악회를 돌아본다. 첫 만남부터 강권하시던 권사님의 열정이 계기가 되어 GNE와 인연을 맺었던터라 내게 있어서 GNE와 권사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 복음적 가치를 후배 동역자들에게 남겨주신 김명신 권사님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었음은 모든 GNE식구들과 더불어 잊혀질 수 없는 의미 있는 기억이 될 것이다.